지역공공간호사? 처우와 업무환경 개선이 우선
- sense016
- 2023년 6월 1일
- 3분 분량
[인터뷰] 젊은 간호사회
간호사 출신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지역공공간호사’ 법안에 소장 간호사 모임인 ‘젊은 간호사회’가 반대하고 나섰다. 간호사에 대한 고질적인 처우나 열악한 업무 환경을 두고 신규 간호사 공급에만 중점을 둔 미봉책이기 때문이다. 최 의원의 법안은 간호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공공의료 시설에 이른바 ‘공공간호사’를 공급한다. 이 공공간호사는 대학 정원에서 추가되는 인원으로 입시 과정 중 지역공공간호사 정원으로 선발되며 전액 장학금을 받은 뒤 이를 조건으로 지역 공공의료원 등에서 5년간 의무적으로 복무를 해야 한다. 이 시기에 일을 그만두면, 간호대 재학 중 받은 장학금을 반납하고, 의료면허를 취소하며 의무 복무를 하지 않은 잔여기간 의료면허가 재교부되지 않는다. 최 의원의 법안은 정부의 공공의대나 의대 정원 문제처럼 크게 불거지지는 않으나 일선 간호사들 사이에선 비판이 대상이 되고 있다. 21세기 노예계약이라는 말도 들린다. 젊은 간호사회에게 이 법안이 왜 문제가 되며 반대하는지 들었다. 아울러 지난 10월 치러진 대한간호협회 총대의원회의를 통해 새로 취임한 신경림 회장 이하 임원진이 왜 문제인지도 물었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됐다. - 간호사회에서 주장하는 이 법안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이번 법안은)′공공간호사’라는 미명하에 또다시 처우 개선 없는 간호대 증원을 시도하는 것이다. 2008년 이래(대한간호협회장 현 신경림의 임기 동안) 수천 명의 입학 증원과 학사 편입 비율 상향 조정으로, 신규 간호사들이 이미 10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 간호사들은 부족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간호사들은 병원을 떠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간호사의 이직 원인은 과중한 업무량, 낮은 임금, 3교대와 밤 근무 등 간호직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발표가 있다. 즉,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들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이직률을 저하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지원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공공간호사 방안보다)우선돼야 한다. 공공간호사라는 제도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공공간호사로 일하는 환경이 지금과 그대로라면 (의무 복무연한인)5년 내 간호사의 이직 및 퇴사율은 현재와 변함없을 것이다.
- 벽지나 오지에 사는 주민들에겐 수준 높은 간호 인력에 의한 처치를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을 듯하다. 질문대로라면 ‘공공’의 힘이 필요한, 상대적으로 업무환경이 더 열악한 곳에서의 공공 간호사제 도입에 앞서 간호사의 처우개선이 더 우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5년 계약이라는 강제 조항으로 지금과 같이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 간호사들을 묶어 놓기만 한다면 현재와 다름없이 간호사들은 업무 현장에서 소진할 것이고 그에 따른 이직, 퇴사에 불을 지필뿐이며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것이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높은 노동강도 △밤번 근무를 고려해도 낮은 임금 수준 등 이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공공간호사제는 ‘국가가 책임지는 증원이기 때문에 다를 것’이라는 무책임한 태도로 (이 방안에 찬성하는)대한간호협회는 또다시 현장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있다. - 이 법안을 두고 대한간호협회는 찬성 입장이던데, 의대생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에 대응하는 대한병원협회가 떠올랐다. 대한간호협회의 임원들은 대부분 병원의 경영진이거나 대학교수들이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간호대 증원에 대해 딱히 반대할 입장들은 아닌 셈이다. 간호대학 신입생이 더 늘어나면 학교 입장에서는 (재정 확보나 국가 지원 측면에서)당연히 좋을 것이고, 3년 내 이직률이 일반 병원보다 현저히 높은 공공의료원의 경영진 입장에서는 ‘5년 계약’이라는 강제 조항을 통해 인력 수급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만, ‘공공의대’를 두고 단체행동으로 파업까지 강행하던 의사들과, ‘공공간호사제’에 관심조차 없는 현직 간호사들의 온도 차를 보며,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현직 간호사들에게도 닿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지역별 (간호)의료 인력 수급 편차가 큰 게 사실인데, 이 방안이 타개책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앞서 말했다시피 이 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 밑 빠진 독에 간호사 붓는 정책’ 이다. 이 방안은 절대로 지역별 간호(의료) 인력 수급 편차를 해결해주지 못할 것이다. 대다수의 간호사는 상대적으로 처우와 근로환경이 좋은 수도권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기를 원하고 있다. 즉, (공공간호사와 같이 공급을 늘리는 방안에 앞서)지방, 공공의료원에서도 간호사들의 처우과 근로환경을 개선한다면 충분히 간호사 수급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 5년 의무 근무 연한을 다 채우면, 향후 해당 간호사에게 채용 시 가산점을 주는 식으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공공간호사들이 근무하게 될 병원의 근무환경이 현재와 비슷하다면, 우선 5년을 버텨내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5년 근무 이후에 ‘다른 병원 이직 시’ 가산점을 준다는 것 자체가 기존 공공의료원 업무 환경 개선에는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 공공간호사 설정보단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고 했는데, 젊은 간호사회에서 주장하는 간호사 처우 개선의 핵심은 무엇인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간호사들의 이직 고려 사유로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노동강도’가 1순위였고, ‘낮은 임금 수준’, ‘직장 내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2, 3순위로 조사됐다. 대한간호협회 연구 역시 간호사의 이직은 3교대, 과중한 업무량, 낮은 임금이 이직과 퇴사의 주요 원인이라고 발표한 결과도 있다. 이는 이름만 바꾼 또 다른 형태의 증원은 앞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젊은간호사회는 앞선 설문 결과를 토대로 ‘현재’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들의 이직률을 낮출 수 있는 근무환경 개선 방안 연구를 통해 이직률을 떨어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공공의료원의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개발 및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
- 지난 10월 20일 제38대 간호협회 임원진이 꾸려졌다. 4번째 연임을 해 취임한 회장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젊은 간호사회가 문제 제기하는 간호협회의 실상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이번에 네 번째 연임된)신경림 간협 제38대 회장은 간호사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회장이 아니다(총대의원들만 참석해 투표하는 간선제라는 의미). 오랜 시간 회원들의 대한간호협회 직선제 요구를 묵살해왔고, 그렇기 때문에 현장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을 연구하고 추진하는 데에 한계가 명확하다. 이는 종종 간호사들의 생각과는 다른 발언을 하거나, 원치 않는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는 등 아쉬운 행보를 지속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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